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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노트

"네넴띤" 시식 리뷰, 재미와 상술은 한끗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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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출근하니 팀장님이 묻길

 "너네 네넴띤 먹어봤니?"

 태국 어딘가에서 팔 것만 같은 이름의 음식, 도대체 "네넴띤" 이 무엇인고 하니 비빔면을 십대들만의 언어로 위트(?) 있게 쓴 "급식체" 란다. 녹색창에 검색해보니 "주식회사 팔도" 의 "팔도 비빔면" 홍보용 뉴스 기사에 큰 글씨로 적힌

 35주년 한정판, "괄도 네넴띤!" 

팔도는 괄도... 한동안 충격을 금치 못했다. 

 

 오래 전, "킹왕짱" , "얼짱", "OTL" 등 십대들의 언어파괴 뉴스기사를 보며 "이게 그렇게 알아듣기가 힘든가" 싶었던 나의 십대 시절이 떠올랐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5&aid=0000431969

 

[한경제 리포트] 네티즌 한글훼손 바로잡기 운동 확산

"안냐세염.갑인사 할께염.져은 칭구 마뉘마뉘 사귀거 시퍼염(안녕하세요.가입인사 할께요.좋은 친구 많이많이 사귀고 싶어요)" "오널 칭구 만난는데 잼었어여,(오늘 친구 만났는...

news.naver.com

(무려 18년 전 2001년의 한국경제 기사)

 

 당시엔 "언어파괴", "한글이 무너진다" 와 같은 기사를 읽고 글쓰기가 숙제로 나올 정도로 이슈였는데 "킹왕짱" 을 외치던 그때의 우리는 어느새 아저씨가 되고 애엄마가 되어 기성세대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결국 언어파괴로 불리던 십대언어문화는 십대가 지나면서 자연스레 해소되는 특정 세대의 해프닝이지 싶다.

 

 띵작(명작), 띵곡(명곡), 댕댕이(멍멍이) 등 "급식체" 로 일컫는 십대 언어의 그 창의성과 위트에 각종 예능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에서도 간혹 이를 소재로 소비되고 급기야 "괄도 네넴띤" 까지 나와 온라인으로 선 출시한 2만봉이 하루만에 매진, 이후 추가물량 5백만봉도 한달만에 동이 났다니, "급식파워" 가 실로 어마어마함을 느낀다. 이것이야말로 언어파괴, 한글 파괴로 점철된 십대언어를 걱정하는 기성세대를 벗어난 "탈꼰대마케팅" 의 성공사례가 아닐까. 그야말로 재미로 포장해 톡톡히 효과를 본 굉장히 치밀하고 지혜로운 상술이다. 

 

 이 지혜로운 상술과 넘치는 위트에 현혹돼 나 또한 "네넴띤" 을 먹어보았다. 심지어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 고민과 검색까지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식에 임했다. 검색 끝에 고른 나의 픽은 세상 가장 군침도는 조합인 통삼겹에 네넴띤, 환상의 마리아쥬다. 기존의 팔도 비빔면보다 다소 맵다는 네넴띤이기에 쿨피스도 준비했다. 네넴띤과 쿨피스, 거기에 통삼겹까지 "맵단짠" 그야말로 야식의 어벤져스다. 묶어서 팔아도 되겠다. 

 

 통삼겹에 네넴띤을 간단하게 조리해 먹어보니, 설명에 쓰여있는대로 팔도 비빔면 보다는 다소 맵다. 혀를 강하게 자극하는 매운 맛이 아니라 얼얼하게 은근히 툭툭 쳐주는 맛. 통삼겹 한 점에 네넴띤 한 젓가락, 그리고 쿨피스 한 모금. 꿀 같은 한끼 식사였다. 네넴띤이 35주년 한정판이라 물량이 동났다고 홍보는 하지만 아직까지 인터넷으로는 구하기 쉽고 가격도 라면 값과 큰 차이가 없으니 수요일인 오늘쯤 주문해서 받아다 주말의 별미로 드셔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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