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의 단상, 엄마와 아빠에게 전화로 사랑을 고백하고
가끔 어버이의 마음이 궁금할 때가 있었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는 꽤 점잖으신 편이라 내가 무얼하든 칭찬하고 좋아하시거나 꾸짖거나 혹은 함부로 조언도 하지 않으시는 편이다. 잘한 일이 있을 때의 어머니, 아버지의 큰 기쁨의 표현은 “고생했다”, 혹은 “축하해” 이 한마디가 끝인 분들이다.
사춘기 시절, 이런 무뚝뚝한 부모님이신지라 “나한테 관심이 별로 없나” 싶어 늘 불안에 시달렸었다. 그러다 어느 날, 어쩌다보니 처음으로 반에서 반장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날 저녁, 문 닫힌 안방 앞을 지나다 아버지께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시는데 생전 처음 듣는 톤의 하이톤으로 “아들이 글쎄 반장이 됐다고! 하하하하! ” 하며 호탕하게 웃으시는 것을 듣고 그제야 분리불안을 내려놓고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다다음 날인가 엄마가 아침을 차려주며 지나가는 말로 “아빠가 너 반장된 거 엄청 좋아하더라” 며 말해줘서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표현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하마터면 모르고 어른이 될 뻔 했다. 다행히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안다.
스무살 무렵 재수하고 싶다고 생난리를 치며 시위를 하다 결국 지쳐 학교 열심히 다녀보겠다고 한 날, 그제서야 코골고 잠든 엄마의 지난 고민의 밤들이,
논산훈련소 입대 날, 돗자리에 김밥에 콜라까지 싸서 “우리같이 소풍처럼 온 집 없다” 며 시시콜콜 농담을 주고 받고 즐겁게 도착해선 결국 연병장에서 터진 엄마의 눈물섞인 걱정과 아빠의 기도가,
취직해서 탄 첫 월급으로 고급일식집에 갔던 날, 일식 코스 내내 나오던 엄마의 콧노래와 아빠의 이례적인 수다스러움이,
그 모든 것이 사랑의 표현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걸 알고 나니 이제는 내가 먼저 “사랑한다” 고 표현할 줄도 알게 되었다.
2019년 5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두 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는데 아버지 가게가 바빠져 볼 수 없게 돼 못내 아쉬워 그리움과 감사함을 담아 글을 써 보았다. 금요일에 뵙게 되면 일식 코스에 용돈까지 얹어서 드려야겠다. 보고 싶은 두 분께 마음 속 깊이 사랑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